신이 지금의 인간들처럼 노역을 감당했을 시절, 그 때의 일은 매우 힘들고 고생스러웠다. 일곱 명의 큰 신들인 아눈나키 신들은 이기기 신들에게 노역을 담당하게 하였다. 그들의 고문관은 영웅 엔릴이었고, 그들의 임명관(throne-bearer)은 닌우르타였으며, 그들의 보안관은 엔누기였다. 그들은 강한 힘을 가진 각각의 신이었으며 신들은 많은 것들을 던져 우주를 나누었다. 아누는 하늘로 올라가고 대기의 신 엘릴은 엔키를 만들어 지혜를 부여했다.
이이기 신들은 티르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팠다. 40년 이상, 그들은 밤낮없이 일을 했고 그들은 불평했다. 그리고 그들은 엔릴에게 가서 그들의 노역을 없애달라고 하기로 했다. 그들은 반역을 꾀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한밤중 엔릴의 사당의 문에 다다라 그의 집 주위를 둘러싸고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엔릴은 자느라 알지 못했다.
칼칼은 누스쿠를 깨우고 누스쿠는 그의 주인인 엔릴을 깨웠다. 엔릴은 그의 종을 그의 집으로 모이게 했다. 그는 누스쿠에게 문을 잠그게 하고 무장을 시켰으며 자신의 앞에 세웠다. 그러나 누스쿠는 그의 주인에게 어찌 당신의 자식들을 두려워하느냐 물었다. 엔릴은 자신의 아버지인 아누를 지상으로 내려오게 하였으며 엔키 또한 불렀다.
아누는 엔릴에게 이기기신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왜 그들이 엔릴을 끌어내려 하는지 물었다. 이기기신들의 연유를 들은 엘릴을 울면서 아누에게 그를(이이기 신들을 말하는 듯..) 지옥으로 떨어뜨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누는 이이기신들의 노역이 실로 고됨을 인정하면서 어찌하여 그들을 책망하지 말라 한다.
그는 탄생의 여신 닌투에게 신들의 노역을 대신 지을 인간을 태어나게 했다. 그들은 여신을 부르고 신들의 산파인 지혜로운 마미여신에게 인간들이 엔릴의 일과 신들의 노역을 지게 하도록 부탁했다. 닌투는 이것들이 자신이 일이 아니니 모든 것을 정화할 자와 함께 해야 하며 그자가 자신에게 점토를 주면 만들겠다고 했다.
엔키는 큰 신들에게 새로운 달 일곱 번 째 날, 그리고 만월에 정화 의식을 할 터이니 신 하나를 잡아서 그의 피와 살을 점토에 섞으라고 하였다. 신들은 지혜를 가진 신인 웨일라를 죽여서 그의 피와 살을 취했다. 신의 살로부터 영혼이 생겨날지니 이것이 바로 생명의 징표라 하였다. 닌투는 점토를 섞은 뒤 아눈나키 신들과 이기기 신들을 다 불러 점토 위에 침을 뱉게 하였다. 신들은 자신들을 노역으로부터 해방시킨 마미 신의 발등에 키스했다. 그리고 마미를 모든 신들의 여주(Mistress)라 칭했다. 그녀는 주문을 복창했다. 에아라는 신이 그녀를 도왔다. 주문을 마친 그녀는 점토를 열 네 등분 해서 오른쪽에 일곱 개 왼쪽에 일곱 개를 놓고 그 사이에 벽돌을 놓았다. 이들이 각각 남자와 여자가 되었다. 닌투는 달수를 세었고 열달이 지나고 마지막 날에 산도를 열었다. 그녀는 매우 기뻐하며 출산을 도왔고 그녀의 허리를 졸라맸다. 모든 것이 완성되고 신들은 기뻐했다. 그들은 9일 동안 기뻐하였다. 그러나 1200년이 지나고 엔릴은 인류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그들을 멸망시킨다. 1
아트라하시스는 점토판에 기록된 최초의 홍수설화이며 아트라하시스 서사시라고 한다. 서사시는 소설의 원시적 형태이니만큼 운문임에도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이유인지는 링크 되어 있는 아트라하시스 영문 번역에는 중간중간에 주어가 모호하여 읽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신의 이름과 같은 고유명사는 신화 위키의 한국어 페이지를 참조했다. 한글로 번역된 것도 있기는 하지만 디테일 한 부분에 있어서 전혀 다른 게 많았다. 영어로 된 본문 또한 대괄호 부분이 추측된 부분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트라하시스는 홍수설화이지만 링크된 이야기는 인류의 창조까지만 나와 있다. 여러 가지 상징적인 내용들 가운데 10달을 세어 마지막 날에 산도가 열리게 하였다는 부분은 인간의 임신과 출산이 신화로서 표현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트라하시스의 신들은 신이라기보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처럼 인간적인 면모가 더 강한 것 같다. 애초에 신이 노역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고 신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이기기신들은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강을 파야 하는 노역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신만 있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이 노역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였던 것일까? 이 서사시가 발견된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수력 사회이며 수력 사회는 관개농업을 위한 대규모 설비 시설이나 더 넓게는 다양한 목적의 대 공사를 특징으로 하는데, 이 대규모의 공사들은 주민 전체에 의해 시행되고 관료층의 감독을 받게 된다. 따라서 서사시에서의 신들의 노동은 이기기 신들을 대신 할 인간들의 노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2
그러나 이후 신들의 노역을 지게 된 인간들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지상은 시끄러워졌다. 이는 실제 인간들의 노동에 대한, 그리고 관리자들에 대한 반란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메소포타미아는 지역 특성상 강의 범람이나 바닷물의 역류를 관리 해 주지 않으면 농사도 어려울 뿐 더러 실로 홍수가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아트라하시스의 홍수 설화는 그 때 당시 인간의 관점에서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을 신화로서 풀어냄과 동시에 정치적인 성향도 띄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세계의 홍수설화는 비단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만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경에서 노아의 방주 이야기이다. 가만히 보면 대략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인간들이 창조되고, 인간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죄를 짓는 인간들이 많아지고, 그 때문에 절대자, 신이 노하여 홍수를 내린다. 그 수 남은 생존자들이 다시 인류를 존속시킨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역시 이러한 맥락의 홍수 신화가 존재한다.
신화에서 등장하는 이러한 홍수는 인간의 자업자득이므로 인간은 반성하고 후에 다시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교육을 하여 신의 심판을 벗어날 수 있는 선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징벌하는 신과 윤리에 매인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살아남은 소수의 선택된 선한 인간이 신의 뜻에 합당한 문명을 창조하며 생육하고 번성해야 한다는 소명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면에서 홍수설화는 인류의 거의 모든 제반 문제를 포괄하는 중요한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3
- ATRAHASIS translated by Tikva Frymer-Kensky http://www.class.uh.edu/mcl/classics/Atrahasis.html [본문으로]
- Story factory[메소포타미아 문명]http://fictionfactorystory.tistory.com/entry/%EB%A9%94%EC%86%8C%ED%8F%AC%ED%83%80%EB%AF%B8%EC%95%84-%EB%AC%B8%EB%AA%85 [본문으로]
-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홍수(洪水)설화]http://www.seelotus.com/gojeon/gojeon/seol-hwa/hong-su.htm [본문으로]
'Project > Hi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굴의 비유 (0) | 2013.04.17 |
---|---|
창세기 1장~12장 요약과 생각 (0) | 2013.03.29 |
문명의 역사 - 그 서론과 역사의 가치 (0) | 2013.03.20 |
Orality (구술성) (2) | 2013.03.15 |
계절과 신화(神話, mythology) (0) | 2013.03.08 |